같은 바지를 쟀는데 숫자가 다릅니다 — 바지가 문제가 아니라 자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입니다
브랜드가 재면 허벅지가 30.5cm, 공장이 재면 27.5cm. 대부분 아무도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자리를, 다른 방법으로 쟀을 뿐입니다. 허벅지·엉덩이·허리·밑단에 숨어 있는 측정 함정과, 작업지시서에 무엇을 적어야 이 다툼이 사라지는지 정리했습니다.
옷을 공장에 맡겨 만드는 일에서 가장 지치는 다툼은 품질이 아닙니다. "치수가 맞다, 안 맞다"입니다. 브랜드가 재면 허벅지가 30.5cm인데, 공장이 재면 27.5cm가 나옵니다. 누가 거짓말을 하는 걸까요. 대부분 아무도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방법으로 쟀을 뿐입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 — 허벅지 6cm의 미스터리
얼마 전 저희가 진행한 여성 데님샘플중에 겪은 일입니다. 무릎 아래가 살짝 퍼지는 세미부츠컷이었습니다. 완성된 바지를 재보니 허벅지가 30.5cm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기존 사이즈표에는 같은 사이즈가 27.5cm로 적혀 있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숫자는 단면입니다. 바지를 평평하게 눕혀 놓고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잰 가로 길이를 말합니다. 실제로 다리를 감싸는 둘레는 그 두 배입니다. 그러니 단면 3cm 차이는 둘레로는 6cm입니다. 넉넉한 루즈핏이냐 몸에 붙는 레귤러핏이냐가 갈리는 크기입니다.
원인은 원단도 패턴도 아니었습니다. 재는 위치였습니다. 한쪽은 밑위가 만나는 지점에서 2cm 아래를 쟀고, 다른 쪽 기준은 5cm 아래였습니다. 밑위가 만나는 지점이란 앞뒤 솔기가 가랑이에서 X자로 만나는 자리(크러치)를 말합니다. 바지 허벅지는 아래로 내려갈수록 좁아집니다. 같은 바지라도 재는 높이가 3cm 다르면 숫자는 당연히 달라집니다. 브랜드마다 재는 위치와 방법이 다른데 확인 못하고 샘플실에 보낸 결과였습니다.
재는 위치를 적어두지 않으면, 이 차이는 그대로 '불량'으로 둔갑합니다.
부위마다 숨어 있는 함정
허벅지 — 몇 cm 아래인지 숫자로 박습니다 앞의 사례가 그대로 여기 해당합니다. "밑위 교차점에서 몇 cm 아래 지점의 가로폭"인지를 숫자로 적어야 합니다. 업계 관례라는 것도 회사마다 2.5cm, 5cm로 제각각입니다. 그래서 "허벅지는 30센치"라는 작지의 숫자는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엉덩이 — "제일 넓은 곳"은 사람마다 다르게 짚습니다 가장 애매한 부위입니다. "엉덩이에서 제일 넓은 곳"은 재는 사람마다 손이 다른 데로 갑니다. 저희는 지퍼 끝에 박힌 바택 위치에서 좌우로 일직선으로 고정합니다. 바택은 지퍼 아래쪽이 터지지 않게 짧게 여러 번 되박아 놓은 실 뭉치입니다.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져지는 자리입니다. 어떤 곳은 크러치에서 7센치 위 지점에서 좌우 일직선으로 재는 곳도 있습니다.
요령은 이겁니다 — 기준점은 이미 꿰매져 있는 것으로 잡습니다. 그래야 누가 재도 같은 높이에서 재게 됩니다.
허리 — 앞뒤 높이를 맞추고 재느냐
허리밴드(현장에서는 '오비'라고 부릅니다)를 앞뒤로 포개 놓을 때, 위쪽 끝을 정확히 맞추고 평평하게 눌러 재는 것과 대충 눕혀서 재는 것은 결과가 다릅니다. 앞허리와 뒤허리의 높이가 다른 바지일수록 차이가 커집니다. 뒤쪽이 위로 솟은 곡선 모양이거나, 허리선 자체가 낮은 로우라이즈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앞뒤 허리밴드 윗선을 맞춘 뒤 평평하게 놓고 좌우 직선으로"까지 써야 비로소 같은 조건이 됩니다.
밑단 — 0.5cm가 여기서 샙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숫자가 새는 자리입니다. 양옆 시접 — 천을 꿰매고 안쪽에 남은 여유분 — 부분은 천이 겹쳐서 불룩합니다. 자를 평평하게 대기가 어렵습니다. 불룩한 시접 위를 그대로 재는 것과, 시접을 가운데 쪽으로 눕혀 놓고 평평한 면의 양 끝을 재는 것은 0.5cm쯤 차이가 납니다. 허용오차가 ±1cm인 부위에서 재는 방법 차이만으로 0.5cm를 먹고 들어가면, 합격이냐 불합격이냐를 따지는 일 자체가 의미를 잃습니다.
답은 하나 — 작업지시서에 '어디를, 어떻게'를 적습니다
허용오차만 적힌 작업지시서는 반쪽짜리입니다. 허용오차란 "이 정도까지 벗어나도 합격"이라고 미리 정해두는 범위인데, 이건 같은 방법으로 쟀을 때만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작업지시서에 반드시 넣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 재는 위치 — 기준점을 이미 꿰매진 것으로 고정합니다. 지퍼 끝 바택, 밑위 교차점, 허리밴드 윗선 같은 것들입니다.
- 재는 방법 — 옷을 어떻게 놓고 재는지까지 씁니다. "앞뒤 허리밴드 윗선을 맞춰 평평하게", "시접은 눕혀서 제외" 정도면 충분합니다.
- 허용오차와 판정 규칙 — 부위별 ± 값을 적습니다. 그리고 기장처럼 벗어나면 곧바로 불합격인 항목은 따로 표시해 둡니다.
여기에 부위마다 짧은 이름표를 붙여 둡니다. 업계에서는 POM 코드라고 부르는데, 어렵게 볼 것 없이 "허벅지는 T 항목"처럼 부위마다 붙이는 번호표입니다. 이걸 붙여두면 공장과 "사이즈표 세 번째 줄 그거요"가 아니라 "T 항목"으로 대화하게 됩니다. 검품 결과 회신도, 수정 요청도, 다음 시즌에 쌓아둘 기록도 이 번호 하나로 꿰어집니다.
한 줄만 더 적으면 됩니다
| 부위 | 이렇게 쓰면 다툽니다 | 이렇게 쓰면 안 다툽니다 |
|---|---|---|
| 허벅지 | 허벅지 27.5cm | 밑위 교차점에서 5cm 아래 지점의 가로폭 27.5cm (±1cm) |
| 엉덩이 | 엉덩이 제일 넓은 곳 | 지퍼 끝 바택 위치에서 좌우 일직선 가로폭 |
| 허리 | 허리 36cm | 앞뒤 허리밴드 윗선을 맞춰 평평하게 놓고 좌우 직선 |
| 밑단 | 밑단 20cm | 시접을 안쪽으로 눕히고, 시접 없는 평평한 면의 양 끝 |
마무리
치수 다툼의 대부분은 나쁜 마음에서 오지 않습니다.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잴지 미리 정해두지 않아서 생깁니다. 브랜드와 공장이 같은 자를 들고도 다른 숫자를 얻는다면, 문제는 자가 아니라 종이입니다. 작업지시서에 재는 위치와 방법을 한 줄씩만 더 적어도, 검품 자리에서 벌어지는 지치는 다툼은 대부분 사라집니다.
DYBROS는 브랜드·쇼핑몰과 데님 전문 생산자가 직접 거래하는 열린 판을 열어 두고, 이런 기준이 문서로 남게 하는 일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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